아무래도 헐리웃 영화에 너무 익숙한 탓일까?
소위 '명작'이라고 '고전'이라고 주위에서 들리는 영화들도 막상 찾아보면 지겨운 내용의 영화가 많다. 특히 유럽권 영화에 경우 어린감성에 그 깊이를 이해하지 못해서였는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막상 찾아 본 명작이란 영화들은 그야말로 인내로 버티며 엔딩 크레딧이 뜨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창피하다..영화를 사랑한다면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니..)
중, 고딩 시절에는 주말에 TV에서 선택한 영화들이 그렇게 좋았다. 특히 평소 만날 수 없었던 고전물들을 해주면 기분이 아주 좋아졌는데 최신프로야 비디오로 빌려도 화면도 좋고 그나마 정보도 많아서 이해가 빨랐지만 고전물에 경우 출시된지 오래된 작품들은 열악한 화질과 제멋대로 자막을 감수해야 했기에 이런 영화들을 TV에서 해주면 최소한의 화질보정과 더빙이라는 장점이 있었기에 특히 고전물 방영소식에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주로 제 시간대에 감상을 하는 것 보다 예약녹화를 통해 뒤늦게 감상하는 것을 즐겼는데 이는 굳이 들뜬 주말밤에 분위기에 방해받지 않고 혼자 조용히 영화를 즐기는 이상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7살 즈음에 만난 영화. 바로 <남과 여>
그동안 내가 지루해 하던 유럽권.. 그것도 자존심으로 똘똘뭉쳐 예술영화를 줄기차게 고수하던 프랑스 영화였다. 그저그런 러브스토리. 자칫 뻔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잘 만들어진 베스트극장과도 같은 친숙함은 내게 이상스럽게 손이 자주 가도록 하는 힘이 되었고 뛰어난 영상미와 흑백의 조화(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감독이 제작 당시 돈이 없어서 흑백 필름을 썼다는..) 그리고 두 주인공 배우의 내면 연기는 그야말로 중독증세를 일으켰다. 귀에 익숙한 메인테마와 아누크 에메의 매력..아름다운 러브씬..
내게 프랑스영화의 매력을 느끼게 한 작품. <남과 여>
이후 유럽 영화를 즐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이상스럽게 유럽영화들은 헐리웃 영화와 다르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볼 때 그 깊이가 다르고 숨겨져 있던 매력이 드러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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