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

[스크랩] 주상관매도

갯사랑pagrus 2008. 8. 10. 18:00

 

                                  김홍도....개인소장

 

주상관매도에는
느긋하고 한가로운 기운이 감돈다.

마치 여유롭고 유장한 평시조 가락이
허공 중에 여운을 날리며 떠도는 듯하다.
화폭은 커다란데 그려진 경물은
화면의 오분의 일도 채 안된다.
뿌옇게 떠오르는 끝없는 빈 공간,
그 한중간에 가파른 절벽 위로 몇 그루
꽃나무가 안개 속에 슬쩍 얼비친다.

화면 왼쪽 아래 구석에는
이편 산자락의 끄트머리가 드리웠는데
그 뒤로 잠시 멈춘 조가배 안에는
조촐한 주안사을 앞에 하고 비스듬히
몸을 젖혀 꽃을 치켜다보는 노인과
다소곳이 옹송그린 뱃사공이 보인다.

여백이 넓다 보니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가늠을 할 수 없다.
허공 중에 아스라히 떠오른 언덕
그것은 어쩌면 신기루와도 같다.

그림 한복판의 언덕은
짙은 먹선으로 초점이 잡혀 있으나
오른편과 왼편으로 뻗어 나가는 필선은
점점 붓질이 약해지고 말라가면서
뿌연 여백 속으로 사라진다.

꽃나무도 마찬가지다.
가운데 가지 하나가
쨍 하고 짙게 보이지만
그 좌우로 가면서는
역시 흐릿해지는 것이다.
나무 아래 언덕의 주름에도
김홍도의 순간의 흥취가 배어 있다.
척 하고 짙은 첫 붓을 댔다가
그대로 끌면서 아래로 비스듬히 쳐 내려갔다.
경물과 여백이 서로에게 안기고 스며드는
이 작품의 시적인 공간감각은
김홍도의 노년기 산수화에 엿보이는 특징이다.

언덕의 풍경은 실제의 모습일까?
그렇지 않다.
언덕과 꽃나무는 우리가 바라본 것도,
맞은편에 앉은 뱃사공이
바라본 것도 아니다.
바로 그림 속의 주인공,
주황빛 도포를 걸친
노인의 늙은 눈에 얼비친 풍경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그림 속의 노인이
바라보는 풍경이
그대로 화폭 위로 떠오른 것이다.
참으로 오묘한
우리 옛 그림의 맛이다.
노인은 고개를 들어
저 언덕 위를 치켜다 보고 있다.
그러니 아래쪽은
저절로 뿌예질 수밖에 없다.

작가 김홍도는 완전히
저 노인과 한마음이다.
그러므로 화가의 시선 또한
작품의 하변 바닥까지 내려와서
노인이 타고 있는 배를 아래쪽에서
올려다본 것처럼 그리고 있다.
김홍도는 작품의 화제(畵題)를
노년화사무중간(老年花似霧中看)이라 썼다.
단원은 "늙은 나이에 뵈는 꽃은
안개 속을 보는 듯하네"라는
글이 주인공의 쓸쓸한 심정을
묘사한 것임을 고려하여
그 글씨 역시
전체적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써서
그 연장선이 뱃전의 노인 쪽을 향하게 하였다.

그리고 글씨 오른편 위에
두인으로 백문타원인(白文恕圓印) "
심취호산수(心醉好山水, 좋은 산수에
마음이 취하네)"를 찍고,
글 말미에는 작가인(作家印) "홍도(弘道)"와
"사능(士能)"을 찍었다.
그 작은 주홍색 인주 빛깔은
아래 주인공의 주황색 옷 빛깔과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중에서....

 

출처 : 이정하!
글쓴이 : 이정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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